정부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을 완화하기 위해 지난해 60조원 이상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재난지원금을 뿌렸지만, 우리나라의 소득 불평등은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직, 소득 감소 등 감염병 확산의 부정적인 영향이 저소득층에 집중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고용이 불안정한 임시·일용직과 양육 부담이 큰 여성 가구의 타격이 컸다.

한국은행이 10일 발간한 ‘코로나19가 가구소득 불평등에 미친 영향’ 이라는 ‘BOK이슈노트’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하위 10% 대비 중위소득 배율은 2019년 2~4분기 평균 5.1배에서 2020년 동기 대비 5.9배로 상승했다. 소득액이 중간정도에 위치하는 계층과 저소득층 사이의 소득 격차가 그만큼 확대됐다는 의미다. 한은은 “코로나 이후 소득 하위 20% 가구에서 실직 등이 나타나 소득이 두드러지게 감소했고, 이로 인해 우리나라의 소득 불평등이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2~4분기 우리나라 전체 가구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3.2% 감소했는데, 소득분위가 낮을수록 감소율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의 가구소득 감소율은 17.1%에 이르렀다. 소득 상위 20%는 소득 감소율 -1.5%에 비해 10배 이상 컸다.

불평등 확대 원인으로는 고용충격(실업)과 소득충격(근로소득 감소)을 꼽았다. 한은에 따르면 1분위 소득 감소분의 약 36.2%는 고용충격 때문이었으며, 핵심노동연령층인 30~54세만 놓고 보면 그 비중이 46.3%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그만큼 실직이 저소득층의 소득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코로나 이후 소득 1분위 중 비(非)취업가구(실업·비경활) 비중은 8.7%p 상승했다. 핵심노동연령층(30~54세)에서는 이 비중이 10.4%p 올라 고용충격이 상대적으로 더 컸다. 한은은 “비취업 가구의 경우 취업가구에 비해 소득이 크게 낮기 때문이 비취업가구의 비중 상승은 1분위 소득을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면서 “소득 1분위 중 비취업가구의 소득은 취업가구의 45.6% 수준인데, 핵심노동연령층에서는 이 수치가 18.4%에 불과해 핵심노동연령층의 비취업가구 비중 상승이 하위소득 감소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임시·일용직과 양육 부담이 큰 여성·유자녀가구가 고용충격에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은에 따르면 코로나 이후 소득 1분위 중 고대면 일자리에 종사하는 자영업 가구와 여성·유자녀 취업가구의 소득이 각각 29.1%, 23.1%씩 줄었다.

한은 관계자는 “코로나로 인한 가구소득 불평등 확대 현상이 고착화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면서 “자영업의 추가적인 고용조정이 현실화될 가능성, 자녀가 있는 여성 가구의 경력 단절에 따른 성별 소득격차 확대는 향후 소득 불평등을 악화시킬 수 있어 적절한 정책 대응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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