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경제 침체만을 탓하기에는 취업난이 너무나도 장기간 지속되고 있다.
대학가에는 공무원 시험 서적을 옆구리에 끼고 다니는 학생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고, 각종 자격증‧외국어 학원에도 수강생들이 넘쳐난다.
취업난이 장기화되다 보니 기업들에서도 일명 ‘면접 갑질’ ‘채용 갑질’의 행태가 빈번하게 발생해 사회적인 화두가 되기도 했었다.
취업난에 허덕이는 청년들을 두 번 울리는 이 ‘채용 갑질’에 대한 설문조사가 눈길을 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이달 4일부터 11일까지 회원 94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면접관들의 불손한 태도를 경험했다는 응답자가 무려 63.6%에 달했다.
‘채용 갑질’ 행태가 가장 많은 곳은 중소기업으로 39.8%로 나타났고 대기업 역시 23.0%로 적지 않은 수치를 보였다.
다음으로는 중견기업이 20.2%, 공기업이 10.2% 순으로 ‘채용 갑질’ 행태가 단순히 특정기업에서만 국한되어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중소기업 면접 전형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채용 갑질’ 유형은 ‘면접자에 대한 반말’(48%)이었다.

중견기업은 ‘사적인 질문’(27.5), 공공기관‧공기업 면전에서는 ‘예고 없이 긴 대기시간’(12%) 순이었다.

비교적 ‘채용 갑질’ 사례가 적었던 외국계 기업에서는 가장 심각한 문제이기도 한 ‘성희롱’(7%)이 많았던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이런 ‘채용 갑질’ 앞에서 취업 준비생들은 자유로울 수 없었다.

‘채용 갑질’이 일어난 면접에서 대응한 유형을 묻는 질문에 ‘혹시라도 떨어질까 불쾌한 마음을 숨기고 면접에 응할 수 밖에 없었다’는 대답이 55.4%로 가장 많이 나타나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어서는 ‘대답하지 않고 말을 얼버무림’(15.8%)이 뒤를 이으며, 수동적인 대처를 할 수밖에 없는 입장을 느낄 수 있었다.
반면 ‘수치심을 느끼는 질문에 불쾌함을 표한다’가 8.9%였으며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 되물음’은 5.6%로 미비한 수치를 나타냈다.
‘면접장을 박차고 나왔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1.0% 수준에 그쳤다.
채용에서의 면접은 회사가 필요한 인재를 선별하기 위해 실시하는 일종의 관례다. 문서화된 이력서와 자기 소개서만으로는 볼 수 없는 부분들을 입사 희망자와 대화를 통해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기도 하다.
한 번의 면접을 위해 구직자는 자기 소개서를 고치고 또 고치고, 그리고 빈칸을 채우기 위해 몇 년의 시간을 소비하기 마련이다.
면접관은 회사에 지원해준 입사 희망자에, 입사 희망자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측에 최소한의 예의만 갖춘다면 서로에게 긍정적인 시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