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실업자 수가 33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사실상 실업자’는 지난해 11월 말 현재 329만 9천 명으로 2008년 293만 2천명보다 12.5% 늘었다. 관련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2003년 이후 최대치다.

갈수록 열악해져만 가는 고용상황. 새 해를 맞이하며 온 나라가 일자리 창출을 나서고 있다.

신년사를 통해 “취업자들과 일자리를 연결하는 일자리 원스톱 서비스센터를 만들어 도민과 청년실업 해소에 최선을 다하겠다”던 김문수 경기도지사. 그가 7일 겨울 칼바람 속에서도 일거리를 찾아나서는 일용직 근로자들을 위해새벽 두리인력시장을 찾았다.

이날 새벽 4시 30분. 지난 4일 내린 폭설 이후 줄곧 이어지는 한파. 김 지사가 찾은 성남시 두리인력시장엔 일거리를 찾아 나선 이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매년 시간이 날 때마다 이곳을 찾았던 김 지사.
살을 에는 듯한 추위에 근로자들은 마스크와 털모자, 두꺼운 점퍼로 완전무장을 하고 있었다. 추위 때문인지 많을 땐 200명 이상이 찾던 두리인력시장이었지만 이날 모인 근로자들은 100명도 안돼 전보다 한산한 모습이었다.

차 한잔을 들고 근로자 한명 한명과 손을 맞잡던 김 지사. 건설업 동계휴식기와 폭설로 일자리 구하기에 허탕친 이들의 볼멘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몇년 전보단 많이 나아졌지만 한겨울인 지금 굶어죽을 판”이라던 어느 근로자는 “요즘 같으면 한달에 2∼3일 일감이 있을 뿐 여름에 모은 돈도 다 떨어져 간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다른 근로자는 “여전히 외국인근로자들에 일자리를 뺐기고 있다”며 “중국사람들은 일당 6∼7만원이면 오케이다. 그러니 우리 일당이 한달 이상 밀려도 공사판 중간업자들에게 뭐라 말 못한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던 김 지사도 “오늘은 연초인데다 엄동설한, 그리고 며칠 전 내린 폭설로 공사현장이 많이 쉬고 있기때문인지 사람이 가장 적은 날이었다”며 “어휴 정말 추운 겨울이다”면서 근로자들과 함께 한숨을 내쉬었다.

한쪽에선 일거리를 찾은 근로자들은 한 둘씩 담배연기를 뿜다말고 승합차에 바삐 올라탄다.
새벽 5시. 선택받지 못한 이들은 녹지 않은 눈송이들이 흩날리고 있는 아스팔트 위로 발길을 돌리고 있었다.

30분 가량 길거리 대화를 나누며 자리를 뜨는 근로자들을 바라보던 김 지사.
그들에게 전해 들었던 새벽시간대 주정차 단속 금지 및 주차장 마련과 임금체불업자 고발시스템 구축, 고용허가제 재점검, 보건소 및 도립의료원 진료 지원 등을 약속하며 발길을 돌리던 이들을 위로했다.

이어 5시 20분. 작은 두리인력사무실을 찾은 김문수 지사.
이곳 역시 엄동설한 속에서도 하루 일거리를 찾아 나선 사람들이 많았다.
늘 거리에서만 근로자들을 만났던 김 지사였지만 사무실을 찾은 것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찾아온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성남의 한 인력사무실 앞에 놓인 일용직 근로자들의 가방들>

가만히 있을 것이었다면 김 지사가 아니었을 지 모르겠다.

“고용과 일자리 창출 문제의 해결 위해선 지방권한이 강화돼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고용문제 해결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중앙 각 부처에서 분산돼 추진하고 있는 정책들을 통합해 시행할 수 있는 곳은 결국 각 지방”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또 “고용과 일자리 문제는 복지·의료·교육까지 통합된 개념으로 풀어야 한다”라던 김 지사.
“고용과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선 중앙정부 차원에서만 나서는 것이 아닌 현장 근로자 및 민간 전문가들과 지방 각 지자체 등 관련 분야의 모든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통합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중앙 왼쪽)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사진 맨 왼쪽)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현재 각 지방은 물론 대학과 실업계고등학교까지 취업과 관련된 시스템이 없는 곳이 없다”라고 현장까지 미치지 못했던 정부의 일자리 관련 정책들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던 김 지사.

“오늘 이 자리에 윤 장관이 일용직 노동자들과 함께 자리한 것 자체가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정부가 추진하고자하는 일자리 만들기 정책이 지방의 핵심적인 사업이 될 수 있도록 과감한 중앙권한의 지방이양을 기대한다”고 다시 한번 지방권한 강화를 강조하던 김 지사였다.

이에 대해 “같은 생각이다”라고 공감한 윤 장관은 “올해 고용과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대통령 주재 국가고용전략회의를 매월 개최키로 했다”고 밝히면서 “고용전략회의에서 이러한 부분을 의제로 상정해 정부차원의 일자리 관련 사업들은 합치고 각 지자체에선 실질적 효과가 나타나는 행정이 될 수 있도록 나서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