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외국인력 쿼터 한달만에 소진…사실상 12월에나 현장투입 가능
업계 “취지는 공감하지만 인력난ㆍ인건비 상승 부담ㆍ공기지연” 지적

올 하반기 건설현장의 외국인근로자 수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정부가 내국인 일자리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외국인력 쿼터제’를 통해 건설업의 외국인근로자 도입 인원을 지난해 6000명에서 올해 2000명으로 축소키로 한 후 올 8월까지 할당된 외국인력이 지난 4월 말 이미 모두 소진됐기 때문이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건설업 분야에 올 상반기(3월30일~8월) 700명, 하반기(9월~내년 2월) 1300명의 외국인력 도입 쿼터를 정해놓은 가운데 한 달 만인 지난 4월 말 이미 700명의 도입 한도가 소진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근로자들은 서류심사와 입국절차, 교육훈련을 마치고 지난 5~6월 사이 현장배치가 완료된 상태다.

따라서 정부 방침대로라면 오는 9월부터 나머지 1300명에 대해 서류심사가 재개되고 각종 절차와 훈련기간 등을 거친 후 오는 11월~12월은 돼야 추가로 외국인근로자들의 현장투입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는 여름과 가을 공사성수기를 지나 건설현장이 일을 하지 않는 겨울철에 접어들 무렵에야 신규 인력이 공급된다는 뜻이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일선 건설업계들은 갑작스러운 외국인력 감축이 건설현장 인력난은 물론 인건비를 상승시킬 위험이 크다고 보고 대부분 불안한 시선으로 올 연말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외국인근로자 도입 규모를 지난해 6000명에서 올해 2000명으로 줄인 것은 제조업(2만3000명)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인력부족사태가 심각하다”며 “내국인 구직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의도는 알겠으나 3D 업종에 대한 기피현상 탓에 정부가 기대했던 내국인의 인력대체 효과는 거의 없이 각종 부작용만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겨울이면 모든 건설현장이 문을 닫게 되는 데 11월, 12월에 외국근로자들이 들어온들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되물었다.

업계의 불만의 목소리가 거세지자 대한건설협회는 하반기 배정인원을 서둘러 도입할 수 있도록 적용시기를 신축적으로 조정하고 올해 도입 규모를 지난해 수준으로 늘려주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고용허가제 개선방안을 최근 노동부에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건설협회 외국인력지원팀 임성율 팀장은 “현장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공사에 매달려야 하는 오지 도로건설 현장과 같은 곳은 내국인들이 원치 않은 경우가 많아 불가피하게 외국인들이 배치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외국 인력 축소로 결국 근로자 구하기가 더욱 힘들어지게 되고 공사 진행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 팀장은 이어 “건설업은 성수기와 비수기가 분명한 만큼 필요한 때에 근로자를 투입할 수 있도록 유연성 있게 앞당겨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농업의 경우도 봄철 농번기를 고려해 외국인력 도입시기에 구애받지 않도록 한 만큼 건설업에도 이 같은 사례를 도입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심규범 연구위원은 “기업들의 허리띠 졸라매기를 강요하는 최저가낙찰제가 임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외국인력 사용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에서 건설업 관련 기본 제도가 정비되지 않는 한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 가능성이 크다”며 “한편에선 서류심사제도에서 탈피해 근로자의 기본적인 기본과 체격조건을 확인할 수 있도록 현지선발제도 또한 재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노동부 외국인력정책과 관계자는 “협회의 건의서를 통해 건설현장의 목소리를 전해 들었다”며 “지난 4월 조사한 산업별 인력수요 동향결과를 토대로 지난해 건설 인력 부족률과 올해 수치를 비교ㆍ분석해 그 결과를 토대로 개선할 점이 있다면 새롭게 고쳐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고수정 기자 isun1229@asiatoday.co.kr>